[불안장애] 우울증 환자보다 느는 추세… 식은땀·소화 불량 증상 동반
방치하면 합병증 생길 수도… 약물·인지행동 치료받아야
성격이 예민한 직장인 강모(53·서울 강서구)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최근 몇 주 동안은 가족·직장동료 걱정, 집안 생계 걱정 등을 하느라 잠을 못 이뤘다. 그는 일을 못할 정도로 불안감에 시달리고 어지럼증까지 느껴서 병원을 찾았다. 강씨는 의사에게서 ""범불안장애"" 증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범불안장애란 크게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불안함을 느끼는 정신질환(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의사는 "강씨가 자기 증상을 성격 탓으로 돌리고 방치했다가 합병증(우울증)도 생겼다"는 진단을 내렸다.
◇신체적 증상 동반되면 의심
보건복지부가 18~74세 6022명을 대상으로 한 주요 정신질환 유병률(有病率)을 발표했다. 강씨처럼 불안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8.7%로 우울증(6.7%)보다 높았다. 특별한 원인 없이 흉통·복통 등을 느끼는 ""신체형 장애""(1.4%), 환각·망상을 겪는 ""정신분열 장애""(0.2%),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다가 우울해지는 것을 반복하는 ""조울증""(0.2%)과도 크게 대비됐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사이 불안장애 환자 비율의 증가율도 26.1%로 우울증(19.6%)보다 컸다.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천은진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미래를 걱정하는 불안장애 유병률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장애는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진단을 늦게 받는 경향이 있다.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혁 교수는 "불안장애 환자는 가슴이 뛰거나 땀이 나거나 어지럽거나 소화가 안되는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며 "이같은 증상 때문에 환자가 다른 진료과를 찾았다가 마지막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범불안장애·공황장애 늘어"
불안장애는 증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하는 범불안장애 ▷사람들 앞에 서면 불안해지는 사회공포증 ▷갑작스러운 불안감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황장애 ▷손이 지저분할까봐 불안해서 계속 손을 씻는 등의 특정 행동을 보이는 강박장애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자동차만 봐도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다.
천은진 교수는 "5년 전쯤부터는 범불안장애·공황장애 환자가 늘고 있다"며 "이는 이혼율 급증·취업률 저하·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분위기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물질 등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범불안장애나 공황장애를 앓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상 2주 지속되면 병원 가야
1~2주 동안 불안감과 신체적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불안장애는 초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우울증이 동반되거나, 자신이 앓고 있는 불안장애 종류와 다른 불안장애 증상도 함께 겪을 수 있다. 실제로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범불안장애 환자의 25%가 공황장애를 함께 겪는다.
불안장애 환자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면 90% 이상은 낫는다. 항우울제를 3~6개월 복용하거나, 항불안제를 1~2개월 복용하면서 인지행동 치료를 2~3개월간 병행한다.
이상혁 교수는 "항불안제는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긴다"며 "우울증이 동반됐거나 두 종류 이상의 불안장애가 있으면 약효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항불안제로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3&sid2=241&oid=023&aid=0002421809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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