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히로타 후지키 박사가 우리나라를 방문, 녹차의 놀라운 효능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 사이타마암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녹차의 항암 효과를 입증한 암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암에 대한 녹차의 구체적인 효능이 입증되었다고 발표했다.
하루 넉 잔은 우울증 예방, 열 잔은 암 예방
그는 먼저 녹차를 하루에 넉 잔 이상 마시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녹차 속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테아닌’이라는 성분이 뇌에서 강력한 신경안정 물질로 쓰인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차를 마시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녹차는 항암 치료와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녹차의 주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갈레트(EGCG)가 쥐 피부에 있던 종양의 성장을 억제했다는 초기 실험을 계기로 1987년 녹차가 암을 예방할 수 있음을 암에 걸린 여러 동물들의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사이타마현 주민을 10년 동안 추적연구해 하루에 녹차 열 잔을 마실 경우 여성은 7.3년, 남성은 3.2년 정도 암 발생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또한 “녹차 추출물과 녹차 정제 보충이 용종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직장암 재발률을 50%(31~51%)까지 낮추는 효과를 발견했다”며 “이탈리아와 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녹차 추출물을 이용 실험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구강암 예방효과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후지키 박사는 “특별히 EGCG와 수많은 항암제의 결합은 상승작용에 의해 폐, 흉부, 전립선, 간, 배에 있는 인간의 암세포계를 이용해 쥐에게 주입했더니 암세포를 억제했다”며 “이와 같은 연구 성과는 녹차가 각종 암의 예방뿐만 아니라, 암의 치료에도 보완 효과가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녹차의 성분 중 데아닌은 감칠맛을, 카테킨은 떫은맛을 좌우한다. 그런데 데아닌과 카테킨 성분은 반비례한다. 이른 봄에 딴 녹차에는 데아닌 성분이 많지만, 카테킨 함량은 낮고, 나중에 딸수록 차의 성분 비율이 달라진다. 데아닌은 높은 온도에서 응고되고, 반대로 카테킨은 빨리 우러난다. 따라서 차는 80~90℃ 온도에서 우려내는 것이 좋다. 카테킨 성분은 찻잎을 발효하지 않고 건조시킨 녹차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녹차, 무작정 좋을까?
녹차에는 커피콩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다만, 녹차 한 잔에 들어가는 녹차 잎이 커피콩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한 잔으로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적고 흥분작용이 완만하며 지속기간이 짧다. 하지만 수시로 물처럼 녹차를 마시거나 많은 양의 녹차를 한꺼번에 마실 경우에는 카페인의 부작용, 즉 불면증, 골다공증, 속 쓰림, 심장병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이른 봄에 채엽하거나 해가림으로 재배한 고급녹차에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으며, 솥으로 덖은 덖음차가 증기로 찐 증제차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다.
녹차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설사를 자주 하거나 식욕이 없는 사람은 녹차를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 신장 기능은 강하나 소화기 계통이 약해 속이 냉하거나 손발이 찬 사람, 잠이 부족하거나 카페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 역시 멀리하는 것이 좋다.
녹차가 임산부에게 나쁘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녹차의 카페인과 폴리페놀이 임산부에게 필요한 철분과 쉽게 결합해 체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차의 카페인은 체내 흡수율이 낮을 뿐 아니라 칼륨, 아연 등 미네랄이 충분하게 들어 있어 임신 중에 먹어도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이 미미하다고 한다.
그러나 임산부는 식후 바로 녹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녹차의 타닌은 무기질과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칼슘의 섭취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임산부는 카페인 배설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많은 양을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참고로 5개월 미만 아기는 간에서의 카페인 분해 속도가 성인과 같지 않기 때문에 녹차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아기 분유에 녹차를 넣어 타주는 것도 금물이다.
건강에 좋은 녹차, 더 건강하게 마시는 법
1.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에 우려낸다. 카페인은 낮은 온도에서 덜 우러나오고, 오래 우려내면 카페인 성분이 너무 많이 우러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 카페인에 예민하다면 현미녹차나 강한 열처리를 통해 카페인을 감소시킨 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3. 2번 이상 우려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맛과 향이 없어질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
4. 하룻밤이 지난 차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녹차에 들어 있는 단백질, 당분, 지방으로 인해 미생물이 쉽게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식사 직전과 식사 직후에 마시지 않는다. 식전에 마시면 위액이 희석되어 소화기관의 단백질 흡수가 저하된다. 또 식후에 바로 마시면 찻잎 속의 타닌이 단백질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두경아 기자 | 사진 여성조선DB | 참고서적 《녹차》(김봉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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